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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영화] 미녀와 야수

by 마즈다 2017. 4. 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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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녀와 야수 - 시골 소녀 상경기?

제목 : 미녀와 야수
감독 : 빌 콘돈
출연 : 엠마 왓슨, 댄 스티븐스, 루크 에반스 등
장르 : 판타지, 뮤지컬


나는 딸이 둘이다. 큰아이는 11살 초등 4학년, 작은아이는 8살 초등 1학년…다른 집들은 이정도 나이면 벌써 가족끼리
극장 한두번 씩은 다 다녀 본 것 같은데 우리 집은 어제 처음으로 온 가족이 극장엘 갔다. 마침 딱 적절한 영화가 상영
중이어서 어렵지 않게 결정을 할 수 있었다. 다만 이번 주말에 모두 상영이 종료되는지 예매의 폭이 넓지 않아 비교적
일찍 퇴근하는 수요일 심야 시간으로 표를 끊었다.


큰아이는 비교적 영상물을 집중해서 보는 편인데 작은아이는 대략 10 ~ 15분 정도가 지나면 슬슬 자기 할 일 (주로
색종이나 클레이로 뭔가를 만들기)을 하러 움직인다. 그런 녀석이 꼼짝도 못하고 같은 의자에 앉아 있어야 했으니 그 
고통이 얼마나 컸으랴…ㅠ.ㅠ 작은아이는 조금 더 큰 후에 극장을 데려가야겠다.


그리고 또 한명…내 아내역시 고통에 몸부림을 쳤다. 이미 아이들과 수차례 애니메이션을 본터라 애니메이션을 거의
원작 그대로 옮겨온 영화에 흥미를 못느꼈나보다.


옛날 이야기의 화려한 부활


아무래도 이 영화는 근본적인 한계를 가질 수밖에 없었으리라. 내 아내의 지루함이 이해가 갈만도 한 것이 이미 동화로
애니메이션으로 볼만큼 본 이야기가 이제는 배우들이 등장해서 또 되풀이 되고 있는 것이다. 조금 심하게 말하자면 
우려먹기도 이런 우려먹기가 없는 것이다(명절의 ‘나홀로 집에’.보단 덜하다 싶지만).


결국 이 영화가 승부를 걸 수 있는 지점은 스토리 외적인 부분이다. 동화 속 세상이지만 실재 존재하는 것 같은 느낌을
주는 배경이나 진짜 생명이 있는 것 같은 사물을 그려내는 CG, 더 웅장하거나 더 감미롭거나 혹은 더 흥겨운 음악과 
음향, 그리고 배우들의 연기…


사실 이 부분만 놓고 본다면 충분히 성공했다(굳이 내가 그렇게 평가하지 않더라도 흥행 성적이 말해주고 있다…-.-).
나 또한 기대에 못미쳤을 뿐 상영 시간 내내 꽤 몰입해서 봤다. 특히나 독창, 중창, 합창 끊임없이 이어지는 노래들은
발을 구르고 머리로 리듬을 탈 정도로 깊이 빠져들게 했다. 뜬금없이 ‘레미제라블’을 극장에서 못본 것이 다시금 안타
까워지기도 했다.


영상에서도 마찬가지다. 많은 사람들이 좋아하는 성 사람들이 변한 각종 사물들이 때론 우습고 때론 안타깝고 때론
귀엽게 스크린을 누비는 모습이 좀처럼 눈을 떼지 못하게 하였다. 벨의 파란색 옷과 노란색 드레스, 가스통의 강렬한
빨간색 옷, 야수를 지적으로 보이게 해주는 파란색 옷 그밖에 화면을 그려내는 다양한 건물과 숲과 물건들…


시각적으로 청각적으로 흠뻑 빠져들기에 모자라지 않다. 요약하자면 동화책으로만 보던 이야기를 애니메이션으로
보았을 때의 그 생동감에 몇 배는 더해야 할 것 같다.


하지만 그저 옛날 이야기


언론에서 언급되는 미녀와 야수에게는 ‘페미니즘 영화’라는 수식이 많이 붙어 있었다. 그리고 그런 부분이 더더욱
새로운 미녀와 야수에 관심을 갖게 한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약간의 호들갑이 아니었나
싶은 생각이다(심지어는 김치녀 영화라는 사람도 있긴 있더라만…-.-). 엠마 왓슨이 페미니스트인지는 모르겠으나
‘벨’이 페미니스트라는 것은 역시나 지나치지 않나 싶다.


물론 앞서도 말했듯이 이미 원작의 서사가 정해져 있는 상태에서 또다른 개성을 입히는 것이 그리 쉬운 일만은
아니었을 것이다. 그리고 제법 노력한 티는 난다. 애니메이션의 벨 보다는 당찬 성격이나 도전적인 눈빛 그리고
한 쪽을 걷어붙인 치마로(나는 이런 거 참 좋아한다. 작은 포인트로 캐릭터 살리는 것, 가장 매력적이었던 것은
‘다크 나이트’에서 히스 레저가 연기했던 조커의 날름거리는 혀였다) 표현되는 활동적이고 적극적인 이미지 등은 
분명 주저하고 수동적인 여성의 이미지와는 거리가 있다. 하지만 그 것으로 충분한가?


사실 ‘정해진 스토리’라고 하여 스토리에 대해서는 별 언급을 안하려고 했지만 결국 할 수 밖에 없네…
스토리 자체가 제목에도 적었듯이 시골 소녀의 상경기 수준이다. 그러고보니 국내 드라마에서도 있었을 법한
이야기다. 시골에서 그저 막연하게 도시를 동경하던 소녀가 상경하여 성격 개더라운 재벌 3세 만나서 어찌어찌
이어지는…


벨이 페미니스트가 되기에 부족한 가장 큰 이유는 ‘목적의식’이 없기 때문이다. 벨은 왜 이 시골 마을을 벗어나고
싶은가? 벨은 왜 아이에게 글을 가르쳤나? 벨은 왜 세탁기를 만들었나? 모든 것이 그저 막연하다. 도시에서 하고 싶은
어떤 일이 있기보다는 그저 답답한 시골이 싫었을 뿐이고, 아이가 자신의 삶의 주체가 될 무기로 쓰라고 글을 가르친
것도 아니고…세탁기는 그저 혼자 편해보고자 만든 것 뿐이다. ‘아몰랑’을 남발하는 ‘괴짜’가 페미니스트가 될 수는
없다.


이런 상황을 조금 더 역으로 설정해보았으면 어땠을까?
벨은 자신이 여성으로서 해야 할 힘든 일을 덜고자 세탁기를 만들었고 그 것을 더 많은 여성들과 함께 나누기 위해
도시로 가고자 했으며 자신과 같은 생각을 가진 동지를 만들기 위해 아이에게 글을 가르쳤다는…


사실 가스통의 청혼을 거절하는 장면에서도 굳이 ‘마담 가스통’을 상상하며 혼자 역겨워 할 필요까진 없는 것이다. 그저
조용히 굽힘 없이 자신의 분명한 의사를 밝히는 것으로 충분한 것이다.


이런 면에서 보자면 결국 ‘페미니즘’은 ‘옛날 이야기’의 벽에 막혀버렸다는 느낌을 지울 수가 없다.


옛날 이야기, 그 궁극의 스토리


헐…뮬란에 대한 정보만 가지고 실사화 되는 디즈니 애니메이션 정보를 검색해보니…무려 9편의 작품이 실사 촬영
대기 중이란다…ㅠ.ㅠ 사골이 따로 없다.


물론 글 초반에 언급했듯이 분명 애니메이션과는 또 다른 감동이나 흥미를 불러올 수는 있다. 하지만 그와 더불어
조금은 더 적극적으로 현대적인 스토리로 각색이 되었으면 어떨까 하는 생각도 든다. 뭐 굳이 어른들을 위한 잔혹 
동화일 필요는 없지만 그래도 구태한 옛 이야기에 새로운 생명을 불어넣는 것이 내 아내처럼 극장에서 괴로워 하는
관객을 위한 배려가 아닐까 싶다.


사족 1 : 야수가 너무 잘생겼다. 개인적으로는 흔해빠진 금발의 핸섬한 왕자 나부랭이보다 거칠고 투박하지만
한편으로는 속정 깊은 ‘나쁜 남자’ 야수쪽이 더 매력적이다. 하긴 육상 최대의 야수인 사자나 호랑이도 생긴건
멋지니까…


사족 2 : 극 중 성 소수자인듯한 캐릭터가 둘 나온다. 게이 느낌을 풍기는 르푸 그리고 무식쟁이 3총사 중 여자 옷을
입고 흐믓해하는 트렌스젠더 느낌의 남자. 문제는 이 캐릭터들이 너무 희화된 느낌이다. 별다른 의도가 없었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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