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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초 작성일 : 2011/05/18 13:49
나는 예전부터 세수를 하거나 양치를 하면서 거울을 보다가 문득문득 너무도 신비롭다는
생각이 들었다. 단순한 화학적 물질과 작용의 조합이 내 눈을 통해 거울에 반사되고
있는 모습을 보고서는 '나'라고 인식을 한다는 사실이 나에게는 그렇게 신비할 수가
없었다.
오늘 모처럼만에 점심을 먹고 음악을 들으며 산책을 하다가 예전의 그 신비로운 생각이
다시금 떠올랐다.
무지무지 추상적이고 철학적인, 다소 쓸모없는 생각이지만 한참을 걷다보니
'나는 왜 이 곳에서 걷고 있고, 또 이 산책이 끝나면 사무실로 돌아가
컴퓨터를 마주대고 남을 위해 일을 해야 하는가?'
'나는 분명 세상에 하나 밖에 없는 매우 독특한 존재인데 이렇게 아무렇게나
사람들 틈바구니에 휩쓸려서 부유하고 있는가?'
참으로 쓰잘데기 없는 생각이지만 이렇게 생각하는 것 자체도 너무 신기하고
또 이런 생각의 내용들도 그 이유가 너무도 궁금하다.
하지만 이런 이야기는 모두 '나'의 개인적인 호기심일 뿐이고
정작 중요한 것은 내가 늘 이런 과정을 통해 스스로에게 자신감을 불어넣었다는 것이다.
실의와 좌절에 빠져 있을 때, 내가 하찮게 느껴질 때 이런 생각을 찬찬히 하고 있다보면
'나'라는 존재가 마치 세상의 주인공인 것처럼 느껴지고 그래서 나는 결코 실패하지
않을 것 처럼 생각이 들었다.
그리곤 한결 가벼워진 마음으로 다시 내 자리로 돌아가곤 했다.
나를 '나'라고 인식하는 신비한 힘은 바로 이런 것인가보다.
여전히 나는 인력시장을 전전하는 나이 많은 개발자에 불과하고
그렇게 해서 벌어들이는 수입도 변변치 않지만
'나'라는 존재를 인식하고 있는 한 끊임없이 그 '나'에게 무한의 기회를 주고싶고
그 가능성을 믿어주고 싶다.
오늘도 '나'를 인식하는 나의 신비함에 기분 좋게 고개를 갸웃거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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