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맞이 새단장~
나에게는 해묵은 체증처럼 방 한구석에서 늘 나에게 부담을 주는 존재가 있었으니…바로 15년 정도 된 펜티엄 4 PC
두 대이다. 한 대는 내가, 다른 한 대는 아내가 결혼 전에 쓰던 컴퓨터들이다. 결혼 후 새로 컴퓨터를 장만하면서(그
새로 장만한 컴퓨터란 놈도 벌써 10살…큰아이 또래네…ㅠ.ㅠ) 간혹 리눅스 머신으로 웹 서버로도 좀 사용하고 DB
서버로도 좀 사용하곤 했는데 이놈들 전기먹는 하마다보니 사실 별로 켜놓은 시간이 없었다. 그렇다고 작동하는 PC를
버리기도 아깝고 필요한 곳에 기부할 주변머리도 없어서 그냥 방 한 구석에서 먼지만 잔뜩 묻힌 채 내게 부담스러운
존재감을 과시하고 있었다.
칼을 빼들다!
사실 오래된 PC도 PC지만 더 문제인 것은 바로 어지럽게 널려있는 멀티탭과 거기에 문어발…아니 공포스럽기는
크라켄에 가까운 전선들이었다. 게다가 그 위에 마치 검버섯처럼 내려앉은 먼지들…도대체가 청소할 엄두가 나질
않는 공포 그 자체였다.
어디 그뿐이랴…책상과 책상 옆의 책장은 목불인견 그 자체…내가 그래도 한 때 훈련소 조교로서 나름 베일듯한
각과 선을 자랑하던 때가 있었는데 그 때의 내가 보았다면 분명 지금의 나는 완전군장감일테지…ㅠ.ㅠ
아무튼 아무리 나태의 극을 달리는 나라 할지라도 작금의 이 사태…아니 상태는 더이상 두고 보아 넘길 수가 없는
국가 비상 사태에 준하는 위기 상황이 아닐 수 없다고 판단했다(그래도 그네정부보다는 훨 낫다…-.-)
마침 때도 촛불 피어오르 듯 봉오리가 올라오는 춘삼월이겠다. 새로운 기분으로 정리 한 번 싹 하고 새로운 기분으로
정리된 자리에 앉아 이것저것 공부하던 것들을 이어가고 싶었다.
사실 어디부터 정리를 해야할지 모를 정도여서 조금 망설여지긴 했지만 일단 예전부터 하나 사고 싶었던 멀티탭
정리함을 검색해보았다. 멀티탭이 붙어있고 각 콘센트에 전원이 딸려있는 고급스러운 녀석들이 눈에 들어왔으나
5만원을 넘나드는 가격에는 두 손을 들 수밖에 없었다. 그래서 결국은 그냥 박스 모양에 멀티탭을 집어 넣어 감추는
형태의 단순한 놈들을 알아봤고, 한 돈만원씩 주고 6구짜리 멀티탭이 들어가는 큼직한 놈들로 4개를 구매했다.
사실 이 제품을 사고나서 살짝 후회했다. 일단 덮개를 여닫는게 그리 쉽지 않았다. 아귀가 잘 안맞는 경우도 있었고…
그리고 케이블을 뽑을 구멍이 좌우 1곳씩 밖에 없어 이 점도 불편하다면 불편했다. 검색했던 제품 중에 샤오미 것이
있던데(얘들은 안만드는게 뭔지…-.-) 그 제품은 사진상으로는 덮개 여닫기도 편한 것 같고 또 덮개쪽에도 케이블을
뽑을 수 있도록 되어있어 편해보였다. 일단 이런 제품을 사려고 하시는 분이 있으면 샤오미 것을 권하고 싶다.
어쨌든 이미 4개씩이나 덜컥 사놓았으니 그냥 써야지 뭐…-.- 이런 제품이 사용법이고 뭐고 있을리 만무하고…일단
무작정 구겨 넣었다.
이게 별 거 아닌 것 같았는데 우선 케이블마다 한여름 엿가락에 내려앉은 것처럼 딱 붙어있는 묵은 때도 닦아주어야
하고, 적어도 헷갈릴 듯한 케이블 몇몇 개는 네임태그도 붙여줘야 하고, 멀티탭 구석구석 탈모증 걸린 쥐새끼 털같이
붙어있는 먼지도 털어줘야 하고…실타래 엉킨 것 같은 전선들 정리도 해줘야 하고…오후 7시 정도에 시작한 작업이
11시가 넘어서야 끝났다…ㅠ.ㅠ
무를 썰다!
그래도 해놓으니 한결 보기는 좋아졌다. 청소할 때도 부담없이 쓱쓱싹싹 닦아댈 수 있게 되었고, 앉아서 발 꼼지락
댈 때도 걸리적거리는 것이 없어졌다. 다만 치렁치렁한 케이블은 아무리 정리를 해봐도 도대체가 말끔해 보이질
않는다. 인류의 컴퓨팅 환경 개선에 있어서 난제 중의 난제가 바로 이 케이블 문제가 아닌가 한다…-.-
그렇게 3월의 어느 화창한 날(사실 밖에를 안나가봐서 화창했는지는 모르겠다) 방구석 책상 밑에 쭈그리고 앉아
먼지와 전자파와 심란한 마음과 함께 시간을 보내고 나니 이제사 내 마음에도 봄이 찾아 온 것 같다.
비교를 위해 정리 후 사진은 앞에 올린 정리 전 사진과 같이 올린다~(사진으로 보니 책상 정면은 바뀐게 없네...-.-)
이제 새 마음 새 뜻으로 퐈이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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